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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바비바두 입니다. 

제가 벌써 한...3년째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원서를 넣고 인터뷰를 봤던거 같아요. 

 

남편이랑 이거 때문에 매년 싸우고 저 역시도 매년 '과연 사립학교를 보내는게 옳은가' 에 대한 고민을 정말 깊이, 오랫동안 하지만 결국엔 또 이렇게 사립학교 원서를 쓰고 인터뷰를 봅니다. 

 

제 개인사를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운이 좋아서 고등학생 때 미국을 교환학생으로 와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어요. 

프랑스에서도 거주 경험이 있고 결국엔 돌고 돌아 다시 미국으로 와서 이민자로 살고 있어요. 

 

제가 교환학생으로 발탁되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하니 주변사람들과 친척들 모두 하나같이 같은 소리를 했어요.

"기지배 공부 시켜서 뭐한다고." 

"출가 외인한테 쓸데없이 돈을 왜 들여"

"돈지랄하고 앉았네."

 

저희 엄마가 귓속말로 "넌 꼭 성공해야 해." 라고. 부모가 저런 소릴 들어가면서도 보내는 유학이니 알아서 잘하란 얘기를 했었어요. 안그래도 딸만 셋 있는 집의 첫째라 너만 잘 되면 된다. 네가 장남이다 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랐는데 주변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더 악에 바쳐서 미국생활 내내 잠도 안자고 공부만 했던거 같아요.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전 그렇게 저를 비웃던 사람들의 말처럼 되어 버리긴 했어요.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고 아무것도 아닌 집에서 살림하는 아기 엄마가 되었거든요. 

 

그렇게 애써서 학비 보내주시고 뒷바라지 해 준 공도 없게... 

그나마 다시 미국에서 살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에요. 

 

처음엔 저도 당연히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려고 했어요. 

아직 너무 어리고 뭘 모르기도 하고 킨더부터 12학년까지 사립을 보낼 만큼 여유가 있지 않으니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아이가 재능이 있을 경우 고등학교만큼은 꼭 사립학교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는 있었어요. 

 

그런데 그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아이가 공립으로 킨더를 다니게 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엄마, 나는 한국사람이라서 영어를 잘 못하는거야?" 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저나 남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고, 영어를 못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누군가가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너는 한국사람이라 영어를 못해" 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게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저는 아이를 당장 공립에서 빼내 사립학교로 보냈어요. 

 

너무 예민한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이가 존재하지도 않은 유리벽을 스스로 치며 살지 않았으면 했어요. 

안그래도 여자로 세상을 살아가는건 이미 불리하고 억울한 상황이 많은데..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아이한테 "한국사람이라 영어를 못한다"는 말은 이 아이의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는거 같았어요. 마치, 아기 코끼리의 발목을 묶어두는 것처럼. 

아이가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아. 나는 한국사람이라서 못하는 구나" 라는 편견을 갖는게 너무 싫었어요. 

 

집에서도 '너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미국 아이이고 미국사람이다. 미국사람이지만 부모가 한국사람이라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반드시 배워야 하는 거다.' 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이민자의 자녀로 자라는건 환경적인 요인이 아이의 발목을 잡을 때가 있어요. 

아이는 분명 미국아이인데 자라기는 이민자로서, 한국아이로서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민자로 살기로 제가 선택한거지만 아이는 이민자의 자녀로 이민자처럼 살지 않았으면 했어요. 

 

며칠 전 예비 합격자만 초청받은 president Luncheon 에 다녀왔어요. 

당연히 학교 내 카페테리아에서 하는 행사라고 생각하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야 아이한테 플러스 점수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갔는데 이 동네에서 잘 산다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골프클럽을 빌려서 주최되는지도 모르고 평소 들고 다니던 트조(Trader's Joe) 가방을 들고 갈 뻔 했지 뭐에요. 다들 정장 입고 왔는데 저만 청바지를 입고 있어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런걸 다 떠나서.. 그 자리에 유일한 동양인 이기도 했고, 그 누구도 다가와서 말을 걸거나 대화를 하려 시도하지 않아서 행사가 시작 되기까지 한참을 혼자 멍하니 서 있어야 하는게 민망했어요. 

 

행사가 시작되고 학교장의 인사말과 위트 넘치는 말들이 중간중간 섞였는데, 이들이 하는 말의 30프로도 잘 못알아 들으면서 알아듣는 체 하고 앉아 있다가 남들 웃을 때 0.3초 늦게 같이 웃고 있는 제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앞으로 미국에서 사는 내내 나는 어디가서 부당한걸 부당하다고 잘 말하지도 못할거고, 남들은 재밌다고 웃는 위트 있는 말에도 그 말의 뉘앙스나 숨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들을 마주해야 하겠죠. 

 

나는 이런 반푼어치도 안되게 미국에서 살아가겠지만 내 아이들은 이런 곳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기 하고싶은 말 다 하고 주목받고 거침없이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학비면.... 

이 돈을 모아서 아이들 앞으로 집 한채씩 마련해주는게 미래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정말 수십번, 수백번을 했어요. 

그러면 어디가서 뭘 하든 돈 때문에 엉뚱한 선택을 하지는 않거나, 정말 위급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테니까.

 

그러면서도 아이가 공립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아이들과 너무 어울려 지내면서 그 틀을 깨지 못하고 결국 이민자의 자녀로 살아갈까봐 두려웠어요. 한인사회를 못 벗어나고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채 살아가게 될까봐.. 

 

 

https://youtube.com/shorts/hZQtqDJ_ZnQ?si=hmg-A_Op6C3oDH6n

 

 

그런데 얼마전에 이 영상을 봤어요.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하하고 버러지 취급하는게 상당히 모욕적이고 기분이 나빴죠. 

왜 아무도 반박하지 않을까. 왜 아무도 저런 안하무인을 막아세우지 않을까. 안타까워 하고 있는데 이 영상을 보고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저 학생은 저 자리에서 저사람에게 반박을 하는걸 보며 저 학생의 부모가 학생을 참 잘 키웠구나. 저 친구는 정말 학비가 아깝지 않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런 학생들이 미국에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들이 저 학생처럼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세계에서도 한국은 소수이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인들은 정말 소수거든요. 

그런데 그 소수의 사람들이 잘 뭉쳐지지 않기도 하지만 혹여나 불의를 겪을까봐 나서서 할말을 하지도 못해요. 

불합리하고 불정당하다는 걸 알지만, 굴욕적이고 화가나도 당장 내가 피해를 입을게 두려워 말 한마디를 못해요. 

 

내 딸은..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가 미국 내 주류사회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 지기를 바라고. 

아이에게 우리가 소수이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지역사회에서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는 걸 보여 주려고요. 

 

별거 아닌 일이지만 

제가 운영하는 조아맘이 1년에 한번 바자회를 통해 수익금을 지역 내 병원인 CHOA(Children's Hospital of Atlanta)에 기부하는것도 우리가 미국 내에서 미국의 혜택만 누리지 않고 우리 역시 거주민으로서 지역사회 환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무튼... 저 때문에 아이가 주저 앉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선택한 이민자의 삶이, 아이의 앞길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수 많은 선택권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은 거지, 나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것조차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마저 엄마의 욕심이겠지만.. 

내 딸은 나처럼은 안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저리주저리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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